poem

[스크랩] 거리 - 백창우

orchid mom 2011. 3. 19. 09:56
 


거리 / 백창우 
거리·1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 구석 
찬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오도록 별을 바라보고 싶다
너는 안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나는 네 마음 속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때때로 우린,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거리.2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너는 너를 살고 
나는 나를 살아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보일수도 있겠지 
네가 쫓는 파랑새가 
내 앞길엔 없고 
내가 찾아내 이름 붙여준 아주 조그만 별이 
네 하늘엔 없을수도 있겠지 
네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내겐 별볼일 없고 
내 영혼을 사로잡는 시 한 편이 
네겐 그저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도 우린 이렇게 함께 살아가지 
가끔 서로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넌 너의 이름을 갖고 
난 나의 이름을 갖고 
넌 너의 얼굴로 
난 나의 얼굴로 

 
 
거리.3
그대와 내가
어느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참 좋다
사랑은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더라도
우리 사랑 훼손받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그대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대를 사랑하는 일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