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쓸쓸한 날에

orchid mom 2011. 7. 27. 10:53

 

 

 

 

 

 

    쓸쓸한 날에 /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귀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打電)하는 것 같기에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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