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방문
orchid mom
2011. 8. 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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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홍윤숙
먼 후일 ...... 내가
유리병의 물처럼 맑아질 때
눈부신 소복으로
찾아가리다.
문은
조금만
열어 놓아 주십시오
잘 아는 노래의
첫 구절처럼
가벼운 망설임의
문을 밀면
당신은 그때 어디쯤에서
환 - 희 눈 시린
은백의 머리를
들어 주실까......
알듯 모를듯
아슴한 눈길
비가 서리고
난로엔
곱게 세월 묻은
주전자 하나
숭숭 물이 끓게 하십시오
손수 차 한잔
따라 주시고
가만한 웃음
흘려 주십시오
창 밖에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그런 날 오후에
찾아가리다
창 / 홍윤숙
창은 열려 있어야 한다
닫힌 창은 창이 아니다
환히 열린 창 앞에 서면
미지의 먼 나라들이
뭇별로 떠오르고
끝없이 아득한 길들이 나를 불렀다
나는 넓은 세상의 길 위여서
수만 날을 꿈꾸며 떠돌았다
지친 여로의 날 저물고
아득한 마을 등불 켜지면
키 낮은 굴뚝에서
하얀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향집 그리워
거기 언제나 가슴 환히 열린 창
돌아갈 집이 있어
지상의 날들 비오고 바람 차도
행복했다
창, 영원히 열려 있는 자유의 출구
창은 날마다 떠나는 포구가 되고
수만리 길 돌아가는
원항선의 등대가 된다
내 생애의 밝고 따뜻하던
그리운 창
나는 너의 창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