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귀거래사

orchid mom 2011. 8. 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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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거래사 / 김시천

     

    나 돌아가네

    그저 한 점 바람이나 되려하네

    솔바람 부는 숲에 새 소리나 되려하네

    오두막 단칸방도 내 쓰기엔 모자람 없고

    툇마루에 볕이나 잘 들면 그만

    살구나무나 두어 그루 심어놓고

    벗하며 지내려네

     

    나 돌아가네

    모자라지도 않고 남지도 않고

    꼭 그만큼만

    제 그늘을 거느리고 사는

    늙은 감나무처럼

    붉은 열매 몇 개 걸어두고

    떠이어 떠이어

    대금 산조나 한 자락 불어보려네

     

    나 돌아가네

    맨발로 걷던 흙의 그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황사 바람 부는 언덕을 지나

    기어이 나 돌아가네

    사랑도 부질없고 미움도 부질없네

    해 지면 잠들고 해 뜨면 일어나

    거름 지게 짊어지고

    밭이나 갈려하네

     

    나 돌아가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아

    그 어느 별 중에 내 별도 있으려니

    그 어느 별 중에 그리운 이도 있으려니

    돌아가 눈물 반짝이는

    별이나 되려하네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