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일색변

orchid mom 2011. 8.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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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색변(一色邊) 1 / 조오현

      무심한 한 덩이 바위도
      바위소리 들을라면

      들어도 들어 올려도
      끝내 들리지 않아야

      그 물론 검버섯 같은 것이
      거뭇거뭇 피어나야

       

       


      일색변(一色邊) 2

      한 그루 늙은 나무도
      고목소리 들을라면

      속은 으레껏 썩고
      곧은 가지들은 다 부러져야

      그 물론 굽은 등걸에
      장독(杖毒)들도 남아 있어야

       

      일색변(一色邊) 3

      사내라고 다 장부 아니여
      장부소리 들을라면

      몸은 들지 못해도
      마음 하나는 다 놓았다 다 들어올려야

      그 물론 몰현금(沒弦琴)한 줄은
      그냥 탈 줄 알아야



      일색변(一色邊) 4

      여자라고 다 여자 아니여
      여자소리 들을라면

      언제 어디서 봐도
      거문고줄 같아야

      그 물론 진겁(塵劫)다 하도록
      기다리는 사람 있어야 

       

       


      일색변(一色邊) 5

      사랑도 사랑 나름이지
      정녕 사랑한다면

      인연한 어울목에
      돌다리 하나는 놓아야

      그 물론 만나는 거리도
      이승 저승쯤은 되어야

       

      일색변(一色邊) 6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
      중놈소리 들을라면

      취모검(吹毛劍) 날 끝에서
      그 몇 번은 죽어야

      그 물론 손발톱 눈썹도
      짓물러 다 빠져야


       


      일색변(一色邊) 7

      세상은 산다고 하면
      부황이라고 좀 들어야

      장판지 아니라도
      들기름을 거듭 먹여야

      그 물론 담장 밖으로
      내놓을 말도 좀 있어야

       

       

      결구 (結句)

       

      그 옛날 천하장사가

      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한 티끌 겨자씨보다

      어쩌면 더 작을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 무산 조오현 스님의 <절간 이야기> 중에서


      일색변(一色邊) : 일색나변(一色那邊)의 준말로 유무색공 미오득실 (有無色空 迷梧得失)의 이견대대(二見待對)를 초월한 일색의 경계

      沒弦琴 몰현금: 줄 없는 거문고
      塵劫진겁: 과거(過去) 또는 미래(未來)의 티끌처럼 많은 시간(時間). 한없는 시간을 비유.  
      吹毛劍 취모검 : 머리카락을 올려 놓으면 잘리는 칼. 부처님의 지혜를 비유한다.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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