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홍시 - 최삼용

orchid mom 2012. 10. 27. 09:31

 

 

 

 

 

 

 

- 홍시 -





결실의 풍요는 줄곧
기다림이었음을 배운 후부터
어언 듯 초록은 반 홍색으로 휘황하다


잎 무리 털어낸 듬성한 가지에

농해가는 속살을 지탱하며
향유고래의 등줄기처럼 빛나던 몸뚱이   


떫맛을 삭히던 영점의 시린밤을 지나고

새악시 볼 곤지처럼 빨개진 알몸은

어언 욕창으로 물러져있어 


먼 산 구름 향해 울던 까치가
훼친 목젖을 달콤한 속살로 적시다
부지런히 아침해살을 나르고


참깨 덤불 쇠죽아궁이에서
파란 연기로 타닥타닥 타던 아침
가을은 어머니의 부지깽이만큼 어느새 짧아져 있었다

 

 

 

- 최삼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