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한다는 것 / 조미희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좋은 까닭입니다
길을 걸으며 길을 내고
사람 안에서 사람이 되어가는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당당한 외로움만으로도 값진
끝내 닿지 않아도 좋을 항구입니다
일상의 분분함을 단절하고
뒤늦은 깨우침에 아파하며
영혼의 밭을 일구고 돌아오는 새벽입니다
내 기억을 다스리는 그대로 인해
표류하는 열정을 침묵으로 삭혀
현존하는 잔을 채워가는 그대 안의
충만입니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동아줄 단단히 매는 것입니다
기억은 존재함이 자라는 토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