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이 짙게 드리워진 침대. 아침에 눈을 떴을때 몽롱함속에 문득 코끝에 스며드는 꽤 익숙한 체취.
마치 지난밤의 꿈이 아직도 진행되는듯한 생생한 그 느낌. 꿈속에선 왜 그리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을 완벽히 초월하여 나를 따스함으로 이끄는 그것은 사랑의 기억이 선사하는 그리움의 힘일거다.
하지만 잠이 깨면 온기는 곧 사라지고 흰 벽지가 있는 등뒤로는 허전하고 서늘한 바람만이 불어온다.
세상과 대면하는 아침은 완벽한 사랑에 빠졌던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무거운 머리를 흔들며 어둠의 장막같은
커튼을 걷어내면 베란다 창문을 투과하여 쏟아지는 눈부신 아침 햇살.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나는 문득 떠올린다.
언제였던가. 노랗게 변해가는 가로수의 잎새를 바라보며 기나긴 어둠의 터널로 들어서야만 했던
그 막막했던 이별의 아침을. 찬바람속에 마지막으로 부여잡던 그녀의 손. 그 체온의 잊지못할 따뜻함을.
저만큼 멀어져 가며 울음을 터트리던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갈색머리.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녀의 반짝이는
눈물에 비치던 가을날의 오렌지빛 태양은 얼마나 찬란했던가.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싶어진다.
지워야만 하는 시간은 슬프다. 마음과 몸이 무의식안에서 누군가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다.
마치 소설처럼 영화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찾아들었던 투명한 슬픔이란 과연 무엇이던가.
영화는 삶을 마감해야만 하는 순간에 두사람이 마주쳤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반짝이는 기억을 담았다.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그때. 감정은 오히려 절제되고 마치 잊혀진 먼 기억인듯
심연속에 깊숙히 가라앉아 보이지도 않던 보석같은 사랑의 순수함이 관객의 뇌리에 불현듯 떠오른다.
완전한 사랑의 힘은 바위와도 같은 불변성을 지니는 것은 아닐까.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 수만년전에 핵폭탄처럼
지상에 투하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지각변동을 일으켰을 아주 커다란 바위가 바로 세상의 중심이었다.
땅속에 깊숙히 박힌 커다란 바위는 불사의 상징이다. 진정한 사랑도 바위처럼 가슴에 깊이 박혀있어야 함이다.
신화를 잉태한 바위. 신비스런 상상과 염원이 담긴 세상의 중심을 찾아 사랑을 외치는 두 연인. 영화는 순수한 시절의
사랑이 가져다주는 벅찬 생의 기쁨과 단 하나의 사랑을 영원히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행복한 슬픔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백색가루로 산화한 사랑. 그리하여 존재는 사라지지만 그 사랑은 바람처럼 영원히 남아 누군가의 호흡이 된다.
영화적 감성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서정성의 가사. 감성 가득한 히라이켄의 목소리. 이노래를 듣다보면 누구든
지난 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고 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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