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12월의 엽서 / 이해인아쉽기도 했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습니다한 해를 돌아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가만히 매만져 봅니다성취하지 못해 서성이던 조바심들끝없이 펼쳐내던 일에 대한 욕심들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익숙해진 일과 사람들허물은 쉽게 잊혀지고 편하고 부담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계산된 포장은 하지 않았습니다가끔 작은 상처들이 모여 우리를 주눅 들게 하기도 했고때론 우울하게도 했지만 양해와 양보, 사랑으로 보듬었습니다고마운 친구와 동료들, 정다운 이웃들 함께 가고 싶습니다돌아보는 기억들이 영원히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차분히 심호흡을 하는 오늘 해 아래 살아 있는 기쁨을 감사드리며 우리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밤새 뉘우침의 눈물로 빚어낸 하얀 평화가 새해 아침을 더욱 아름답게 해 주십시오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했습니다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으로 죄를 짓고도 참회하지 않았음을 용서하십시오나라와 겨레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나라와 겨레가 있는 고마움을 소중한 축복으로 헤아리기보다는 비난과 불평과 원망으로 일관했으며 큰일이 일어나 힘들 때마다 기도하기보다는 “형편없는 나라” “형편없는 국민”이라고 습관적으로 푸념하며 스스로 비하시켰음을 용서하십시오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의무를 사랑으로 다하지 못하고 소홀히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삼아 가까운 이들에게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하게 행동했으며 시간을 내어주는 일엔 늘 인색했습니다 깊은 대화가 필요할 때조차 겉도는 말로 지나친 적이 많았고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말로 상처를 입히고도 용서 청하지 않는 무례함을 거듭했습니다 연로한 이들에 대한 존경이 부족했고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병약한 이들에 대한 연민과 배려가 부족했음을 용서하십시오자신의 존재와 일에 대해 정성과 애정을 쏟아붓지 못했습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공허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일상생활을 황폐하게 만들었으며 고집, 열등감, 우울함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남에게 부담을 준 적이 많았습니다 맡은 일에 책임과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성급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곤 했습니다 끝까지 충실하게 깨어 있지 못한 실수로 인해 많은 이에게 피해를 주고도 사과하기보다는 비겁한 변명에만 급급했음을 용서하십시오 잘못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이가 아니되도록 오늘도 우리를 조용히 흔들어 주십시오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이들에게 첫눈처럼 새하얀 축복을 주십시오 이제 우리도 다시 시작하고 다시 기뻐하고 싶습니다 희망에 물든 새 옷을 겸허히 차려 입고 우리 모두 새해의 문으로 웃으며 들어서는 희망의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 The Soft - My Nostalg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