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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림자놀이 - 박선경

orchid mom 2010. 2. 19. 09:01

 

 

 
 
    그림자놀이 / 박선경 세상은 혼자 놀기 좋은 그림자놀이처럼 당신과 나 사이를 일렁이지 여덟 개의 서랍을 차례대로 연 바람의 모양 성난 커튼을 사이에 둔 것처럼 우리는 천둥소리를 삼킨 늑대가 되거나 검은 머리의 독사처럼 정지해 있는 커튼 뒤, 두 주먹을 치켜세운 마주한 세상 당신과 나는 결투의 한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기 전 무엇으로든 물들어야하는 스크린 위로 번지는 그림자들의 몽상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으르렁거리던 두 주먹을 펴고 날아오르는 작은 새떼들 우리의 창을 열고 어둠과 어둠을 포개어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바라볼 수 없도록 물들어야하네 창안의 나는 당신이 꿈꾸는 그림자처럼 창밖의 당신은 내가 꾼 그림자처럼 흔들리고 있는 커튼 뒤에서 당신과 나를 꿈꾸고 있는 누군가 세상은 혼자 놀기 좋은 그림자놀이처럼 일렁이는 당신과 나 사이 바람의 그림자 배꼽 밑의 서랍을 열어 보이네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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