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조금은 - 김경훈

orchid mom 2011. 5. 30. 09:51

 

 
 


조금은 / 김경훈

 



조금은 남겨둘 걸 그랬습니다
보고 싶을 때마다
한 조각씩 떼내어
잠든 머리맡에 놓아두어야 했고

그냥 멀리서 지켜 보면서
가끔 찾아 갔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다 말해버린 까닭으로
이제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습니다

조금은 남겨둘 걸 그랬습니다
조금만 말하고
조금만 그리워 하면서
숨어 자라는 사랑으로
간직할 걸 그랬습니다

이제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조금씩만 말하고
조금씩 다가가야 하나 봅니다
사랑을 보내고 남은 것은
한꺼번에 그리워한 참혹한 후회입니다

오늘 뜨는 저 달은  분명 어제
슬픈 내 그림자를 밝혀주던
그 달이건만 오늘 다시 찾아드는
이 그리움은
어제의 그리움이 아닙니다

그대를 보낸 아쉬움이
이렇게 아픔으로 남을 바에는
조금만 사랑할 걸 그랬습니다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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