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 당신을 들여다봅니다.
어느 먼길을 걸어와 지금 당신이
제 옆에 잠들어 있는지 불가사의하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언젠가 낯선 타인이었을 당신이
제 손이 미치는 곳에서 가벼운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게 마냥 신기합니다.
당신이니? 당신이 삼십 억 명 중
한 사람이었던 여자이었니?
그렇게 쉼 없이 속으로 중얼거리는
전 가슴이 뻑시게 저리고 아파옵니다.
나 같은 남자 뭘 믿고
더없이 소중한 마음과 몸을 맡기고
저처럼 아늑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지,
순간순간 놀라면서도 전 눈물이 납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해서
촛불 같은 당신 잠과 꿈을 꺼뜨릴까
조심조심하며 밤새 저는
당신 마음을 들여다볼 뿐입니다.
김하인 / 눈꽃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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