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하지 말기 / 윤재철
뒤돌아보지 말기
다시 생각하지 말기
흘러간 것은 흘러간 것대로
그냥 두기
아름답게 보기
아니 추억하기
철저하게 추억하기
처음 잡았던 손의 따스함부터
그때 그 눈동자
아득한 절망까지
두 눈 뜨고 기억하기
지치도록 기억하기
그리하여
추억하지 말기
다시 생각하지 말기
흘러간 것은 흘러간 것대로
그냥 두기
흘러가는 것도 흘러가는 것대로
그냥 보기.
댓병 소주 / 윤재철
이른 봄날 모처럼 시골집 마루에
일없이 겅터 앉아
햇빛 쬐며 다리 건덩거리다
뜬금없이
한 생의 보람을 물으니
마루 구석에 놓인
반쯤 남은 댓병 소주가 말을 받는다
보람은 무슨 보람
낮이면 저 해님 백성으로 일하고
밤이면 달님 품에 안겨 자는 게 일이지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은 많으나
얼마나 이루기 어렵던가
또한 어렵시리 이루어도 보람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지나니
남는 것이 그 무엇이던가
가장 쉬운 일은 술 한 잔 하면서
스스로를 섬기는 일 뿐
자족하고
자식들 건사나 하며
한 생애 바람찬 여울을 건너나니
보람은 무슨 보람
이제는 일없네
철없는 짓 그만두고
모처럼 한가하니
김치 쪼가리에 낮술 한 잔 하시게나
『능소화』/ 솔의 시선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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