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추억하지 말기

orchid mom 2011. 7. 27. 10:57

 

     

     

     

     

     

      추억하지 말기 / 윤재철

       

      뒤돌아보지 말기

      다시 생각하지 말기

      흘러간 것은 흘러간 것대로

      그냥 두기

      아름답게 보기

       

      아니 추억하기

      철저하게 추억하기

      처음 잡았던 손의 따스함부터

      그때 그 눈동자

      아득한 절망까지

      두 눈 뜨고 기억하기

      지치도록 기억하기

       

      그리하여

      추억하지 말기

      다시 생각하지 말기

      흘러간 것은 흘러간 것대로

      그냥 두기

      흘러가는 것도 흘러가는 것대로

      그냥 보기.

       

       

       

      댓병 소주 / 윤재철

      이른 봄날 모처럼 시골집 마루에
      일없이 겅터 앉아
      햇빛 쬐며 다리 건덩거리다
      뜬금없이
      한 생의 보람을 물으니

      마루 구석에 놓인
      반쯤 남은 댓병 소주가 말을 받는다
      보람은 무슨 보람
      낮이면 저 해님 백성으로 일하고
      밤이면 달님 품에 안겨 자는 게 일이지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은 많으나
      얼마나 이루기 어렵던가
      또한 어렵시리 이루어도 보람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지나니
      남는 것이 그 무엇이던가

      가장 쉬운 일은 술 한 잔 하면서
      스스로를 섬기는 일 뿐
      자족하고
      자식들 건사나 하며
      한 생애 바람찬 여울을 건너나니

      보람은 무슨 보람
      이제는 일없네
      철없는 짓 그만두고
      모처럼 한가하니
      김치 쪼가리에 낮술 한 잔 하시게나

       

      『능소화』/  솔의 시선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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