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금/ 서봉교
같은 직장에서 20년 넘게 함께 근무하던 띠 동갑 형님이 소천 하셨는데 살아생전 문병 근처에도 못 갔다 산다는 게 뭐 그리 바쁜지 같이 근무하던 시절 나도 다른 직원들도 그 형님 도움 참 많이도 받았는데 막상 부고를 듣고 야근을 하느라고 서랍 속 봉투를 꺼내서 조의금을 넣는데 하필 주머니에 삼만 원만 있을 게 뭐람 같이 근무했던 정으로는 오만원도 십만원도 더 넣어야 하지만 그냥 넣어 보내면서 왜 그리 미안한지 사람은 누구나 저승 갈 때 삼십 원만 갖고 간다고 하지 않던가? 삼오제 지난 후 그 형님 맏이를 만났는데
형님을 만난 듯 내내 미안했다
- 동인지 <형상 21 제14집> (조선문학사, 2012)
설날 마누라랑 장보기/서봉교
시골가야 된다고 궁시렁대는 마누라를 위해 설거지며 빨래 널고 개고 청소기 돌린 후 이불 깔고 마트 갔는데 그놈의 잔소리는 쉴 줄 모른다 주위를 둘러 보고 아무도 안 보길래 살짝 알밤을 한 대 주고는 혼자 보라고 나오면서 다음 생에 환생해서 당신과 결혼하면 벙어리 였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차례 지내러 새벽 춘천 가는 길 아무 말 없다 자냐고 물어도 대답 없고 아마 잔뜩 부은 가 보다
도착해서 한마디
당신도 꽤 시끄럽거든 그리고 난 환생 같은 거 안해.
출처: <2012원주문학 통권 제40호>에서
노숙자/서봉교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는 같았으나 부서지는 시간의 부스러기에 윤활유로 섞여 살다가 쥐 지랄도 모자라 山戰水戰 空中戰에 재주 까지 넘다가 남들은 모두 피해가는 배앓이를 혼자만 앓은 이.
출처: 2012년 < 원주문학 >통권제40호에서
* 출처: 시인 서봉교 ( 만주사변님) 불러그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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