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조의금/ 서봉교

orchid mom 2013. 2. 18. 14:20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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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의금/ 서봉교

           

          같은 직장에서 20년 넘게 함께 근무하던

          띠 동갑 형님이 소천 하셨는데

          살아생전 문병 근처에도 못 갔다

          산다는 게 뭐 그리 바쁜지

          같이 근무하던 시절

          나도 다른 직원들도 그 형님 도움

          참 많이도 받았는데

          막상 부고를 듣고 야근을 하느라고

          서랍 속 봉투를 꺼내서 조의금을 넣는데

          하필 주머니에 삼만 원만 있을 게 뭐람

          같이 근무했던 정으로는 오만원도 십만원도

          더 넣어야 하지만

          그냥 넣어 보내면서 왜 그리 미안한지

          사람은 누구나 저승 갈 때 삼십 원만 갖고

          간다고 하지 않던가?

          삼오제 지난 후 그 형님 맏이를 만났는데

           

          형님을 만난 듯

          내내 미안했다

           

          - 동인지 <형상 21 제14집> (조선문학사, 2012)

           

           

          설날 마누라랑 장보기/서봉교

           

          시골가야 된다고 궁시렁대는 마누라를 위해

          설거지며 빨래 널고 개고

          청소기 돌린 후

          이불 깔고 마트 갔는데

          그놈의 잔소리는 쉴 줄 모른다

          주위를 둘러 보고 아무도 안 보길래

          살짝 알밤을 한 대 주고는

          혼자 보라고 나오면서

          다음 생에 환생해서 당신과 결혼하면

          벙어리 였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차례 지내러 새벽 춘천 가는 길

          아무 말 없다

          자냐고 물어도 대답 없고

          아마 잔뜩 부은 가 보다

           

          도착해서 한마디

           

          당신도 꽤 시끄럽거든

          그리고 난 환생 같은 거 안해.

           

          출처: <2012원주문학 통권 제40호>에서


           

          노숙자/서봉교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는

          같았으나

          부서지는 시간의 부스러기에

          윤활유로 섞여 살다가

          쥐 지랄도 모자라

          山戰水戰 空中戰에 재주 까지 넘다가

          남들은 모두 피해가는

          배앓이를

          혼자만 앓은 이.

           

          출처: 2012년 < 원주문학 >통권제40호에서

           

          * 출처: 시인 서봉교 ( 만주사변님) 불러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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