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가을 바람 . . .詩 / 최영미

orchid mom 2013. 10. 30. 10:32

    가을 바람
    
               詩 / 최영미
    가을바람은 그냥 스쳐가지 않는다
    밤별들을 못 견디게 빛나게 하고
    가난한 연인들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헤매는 거리의 비명과 한숨을 몰고 와
    어느 썰렁한 자취방에 슬며시 내려 앉는다
    그리고 생각나게 한다
    지난 여름을, 덧없이 보낸 밤들을
    못다 한 말들과 망설였던 이유들을
    성은 없고 이름만 남은 사람들을.....
    낡은 앨범 먼지를 헤치고 까마득한 사연들이 튀어나온다
    가을바람 소리는 속절없는 세월에 감금된 이의 
    벗이 되었다 연인이 되었다
    안주가 되었다
    가을바람은 재난이다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