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풋내 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 입는 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저녁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 안도현의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에서 - + 어느 하찮은 것들에 대하여 / 원태연 나는 그런 것들을 기억하는 버릇이 있다 무엇무엇 따위의 하찮은 것들 그 가치가 보잘것이라고는 없기에 아무도 그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지 않는 그런 것들을 나는 꾸준히 기억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 감사함의 표시로 한시도 날 떠나 있지 않는다. |
출처 : 두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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