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조지훈
1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 성근 달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로
먼 산이 다가선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이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오련 붉어라
묻혀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이를 저허 하노라
꽃이 지는 아침이면
울고 싶어라.
2
피었다 몰래 지는
고운 마음을
흰무리 쓴 촛불만
홀로 아노라
꽃이 지는 소리
하도 하늘어
귀 기울여 듣기에도
조심스러라
두견이도 한 목청
울고 지친 밤
나 혼자만 잠 들기
못내 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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