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詩 류시화
류시화를 습관적으로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뭐, 나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학교 교정에나 한두 그루 정도는 있게 마련인 목련.
목련이 필 때면, 음악실에서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라는 4월의 노래가
흘러나오곤 했었다.
어김없이.
해마다.
올해는 목련이 빨리 폈다.
빨리 핀 만큼 빨리 지겠지.
4월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목련은 진다.
이 하이얀 꽃을 좋아하는데, 너무 한순간에, 너무 초라하게 져버려서 마음이 좀 그렇다.
팝콘처럼 피었다가 곶감처럼 지는 목련... (갑자기 코믹버전이... -_-;;)
출처 : Vincent van Gogh
글쓴이 : 나무 원글보기
메모 : 내가 좋아하는 나무 ... 오늘 출근하면서 꽃봉오리가 나온 목련을 보니 겨울속에서 봄의 희망을 볼수가 있어서 잠시나마 행복했다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름다운 당신의 지혜로움을 위해 (0) | 2009.05.05 |
---|---|
[스크랩] 2110th Story (0) | 2009.04.08 |
[스크랩] 날씨탓인가...,아님 나이탓인가...ㅎㅎ (0) | 2009.04.01 |
[스크랩] 은반지의 전설을 아시나요?? (0) | 2009.03.31 |
혼불 中에서 - 최명희 (0) | 2009.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