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방금 곁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질 땐 그냥 무덤덤 하더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토록 설움이 북받치는 것이지. 코끼리를 찾아서 中 / 조경란나는 다케오가 나간 후에도 울부짖지 않았다. 일도 쉬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살이 찌지도 야위지도 않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긴 시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 중 어느 한가지라도 해버리면 헤어짐이 현실로 정착해버린다. 앞으로의 인생을 내내 다케오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Kaori Ekuni / 낙하하는 저녁 中사랑은 비극적이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랑보다 슬픈 사랑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사랑을 꿈꾸지만 그런 사랑은 아주 드물다. 어떤 사람은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사랑을 만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너무나 지독하기 때문에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다. 때로는 영혼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떠한 보상을 받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떠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인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어떠한 미덕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한 끝에 마침내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 밖에는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이 다음에 다가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손가락 아래 노트북 자판을 낙서처럼 한자한자 두드렸다마음한구석에 남아있던 구절이 모니터에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니 사랑이 무사하기를...내 사랑도 무사하니까...깜박이는 커서 옆으로 방금 새긴 문장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언젠가 건이 썼던 짧은 편지였다건네주지 못했던 시집속의 구절누구를 향한 사랑들인지 대상은 모두 빠져있는 그 구절그래서 내것이도하고 그들의 것이도한 서글픈 바램자판소리와 함께 아래 또 하나의 문장이 찍혔다세상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백스페이스를 눌러 지금까지 끄적거렸던 문장들을 밑에서부터 차례로 다 지워버리고는 파워를 끄고 노트북을 닫았다방금쓴 문장은 말이 안된다세상에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그렇지 않다서로 부딪히는 사랑, 동시에 얽혀있는 무수한 사랑들어느 사랑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랑은 날개를 접어야만 할 수도 있다그 모순 속에서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을 흘리더라도 다시 손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건 무슨 마음인지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이도우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우울은 갑자기 밀려온다. 스스로 끌어 모은 것이라도.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비스킷 깡통을 열게 될 것이다. 뻔하다. 과거가 현재를 야금야금 파먹어, 또 날을 새우리라. 그다지 불행한 시간은 아니지만, 그러고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러기 위한 에너지와 아픔을 생각하면 겁이 난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자신을 현재에 붙잡아 주었으면 싶었다. 옆에서 걸어가는 사람이든, 그 옆 사람이든, 그 옆의 옆 사람이든.에쿠니 가오리 / 홀리 가든
♬ 김광석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