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2088th Story

orchid mom 2009. 4. 13. 15:38

"고양이가 되고 싶은 심정이야. 난."

"무슨 뜻이니, 그게?"

"누군가가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안아주거나,

착하지 착하지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좋겠어."


야마다 에이미 / 방과 후의 음표 中



좀 안아줄래요? 슬퍼서 그래요.

저는 슬픔을 잘 견디지 못해요.

사람들은 모두 다 슬픔을 잘 참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처럼 슬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죠?

슬퍼도 일을 하고, 먹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 보면, 슬픔이 사라지기도 한다면서요?


은희경 / 그것은 꿈이였을까



가끔 몹시도 피곤할 때면

기대서 울고 위로받을 한 사람이 갖고 싶어진다

나는 생후 한번도 위안자를 갖지 못했다

고독이 가슴 속에서 병균으로 번식했다

꽃 향기만 무섭게 공기에 얽혀 있는 밤

온갖 겪지 못한 생과 격동과 정열의 회한이 나를 엄습한다

다르게 살고 싶다


전혜린 /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슬퍼할 권리를 찾고 싶어.

잔잔하게 눈물 흘릴 권리 하며, 많은 위로를 받으며 흐느껴 울 권리,

핑핑 코를 풀어대며 통곡할 권리.

지나친 욕심일까

그러나 울어 보지 못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아니, 울고 싶은 마음조차 먹지 못하고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마련하여 눈물나는 영화를 보러가서는

남의 슬픔을 빙자하여 실컷실컷 울고 오는 추석날의 기쁨.

고작 남의 울음에 위탁한 울음.

하도 오래 살았더니 울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그러니 누가 나를 좀 안아 다오.

그 가슴을 가리개삼아 남의 눈물을 숨기고 죽은 듯이 좀 울어 보게.


노혜경 /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중에서



안아주고 싶었어, 가슴 깊이 안아주고 싶었어.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너에겐 내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어.

결국 내가 안은건 바람이야.

너가 떠난 자리에 남은 바람이야.

그 바람이 이렇게 차.

두손으로 내가 나를 안아도, 그 차가움이 가시질 않아.



앞서 걷던 당신이 갑자기 나를 뒤돌아보았습니다.

억새풀 안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습니다.

당신 가슴에 안기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세상에는 나를 안아주고 있는 당신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당신에게 안겨 있으면 아무에게도

내가 안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은희경 / 연미와 유미 중에서



착하지 않은 내가 착해지는 순간들이 불현듯 온다는 것

그것도 생의 신비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포옹도 좋아하지요

누군가를 포옹한 채, '힘내라...'라고 말하는 것이 좋아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나를 포옹한 채, '힘내요...'라고 말할 때,

당신의 가슴으로 직접 울리는 목소리를 듣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가슴으로 울리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청춘의 시기 외로움과 사귀면서 얻은 습관들인 악수와 포옹

그것이 외로움과 잘 사귀기 위한

일종의 면역반응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누군가에게 '힘내라...' 말할 때

그것이 곧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도..



상처가 없는사람은 없다.

그저, 덜 아픈사람이

더 아픈사람을 안아 주는거다.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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