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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 사람이 제일 별로더라"
너무하다 싶게 냉정한 친구의 말에도 그녀는 항의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다지 서운해 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맞아..... 제일 별루지?"
그녀가 너무나 순순하게 인정해 버리자,
친구들은 그녀를 설득할 의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그들은 그 변변찮은 남자를 그녀에게서 떼어놓으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친구들은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당장 데려와 소개를 시키라고 난리를 쳤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수줍어하며
"아직 그럴 때가 아니야" 라고 말하곤 했다
친구들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도대체 그 남자에게 무슨 비밀이 있기에 그렇게 꽁꽁 숨겨두고 혼자만 만나는 걸까?
친구들의 호기심은 한계에 달했고 마침내 그녀의 생일에는 반드시
그를 보고야 말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그녀의 남자친구를 덮고 있던 베일이 벗겨지던 날
친구들은 실망을 하다못해 어이가 없었다
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뚝뚝했고
여자친구의 생일에 그 흔한 꽃 한송이조차 들고 오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그녀는 뭐가 부족해서 이런 남자를 만난단 말인가.
친구들은 모두 자기 일처럼 분노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남자친구가 꽃 한송이 들고 오지 않고
내내 손 한번 잡아주지 않았어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두라면 질색을 하던 그 남자가 친구들 만나는 자리라고 신고 나온
유행이 한참 지난 낡은 구두를 식탁 밑에서 발견했을때
그녀는 내내 혼자서 코끝이 찡해 있었다
안현민 / 사랑에관한1000자고백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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