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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광대일기 - 김추인

orchid mom 2010. 2. 9. 09:19

 

 

 
 
    광대일기 /김추인 -inside or outside- 줄이 보인다 줄 앞에 또는 뒤에 서면 나도 줄이 된다 식당에서 전철에서 개봉관 앞에서 좀 쑥스럽지만 줄 바깥에 서는 바보는 없다 근무실 안에서도 줄은 암암리에 자라 조금씩 눈금을 올리는 의자의 높이에 따라 생애의 삶을 매달아둔 가장의 심줄도 보인다 늘 의자는 모자라고 줄은 길다 줄은 선명하다가 흐려지다가 지워지기도 하며 아예 이승을 내려서게도 한다 없는 것도 많던 60년대 저물녁이던가 자취방에선 새벽마다 붉은 빨래가 널리고 신림극장 뒤 천변가 공중변소 긴 밤을 찾아낸 변소 없는 사람들의 아침이 있었다 신문지 한 장씩이 들린 똥줄, 그 소름끼치는 줄에 붙들릴까 종종걸음 치던, 무섭기도 했지 그때 이후 줄 바깥에 서기로 했다 금 밖에 서는 쓸쓸함도 되풀이되면 편안해지는 것 레닌그라드에선 빵줄이 소말리아에선 급식줄이 대한극장에서 시작된 쉰들러 리스트 그 긴 타자소리가 지금도 내 뇌리 속을 줄짓고 따라올 때가 있다 나, 어느 리스트에 올라 지금 밥줄 앞에 서서 편안한 것인가? 아닌가? 노상 열외의 바깥이노라고 큰소리치던 입 하나를 위해 구내식당 밥줄에 서서 또 불안하다 찬이 떨어져 식사를 못 드립니다 팻말이 아직 내걸리지 않았다 당분간 사람들은 줄 속에서 안심한다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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