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스크랩] 1526th Story

orchid mom 2010. 2. 12. 09:34

고통은

찾아왔던 것과 똑같은 길을 걸어

담담하게 사라진다.

나의 이 남아있는 감정들도 언젠가는

네가 내 일상으로 들어왔다가

그렇게 사라진 것처럼

그렇게 사그라들 것을 믿는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탓으로

내 곁에서 사라지게했던 사람들

한때 서로 살아가는 이유를 깊이 공유했으나

무엇때문인가로 서로를 저버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관계의 죽음에 의한 아픔이나 상실로 인해

사람은 외로워지고 쓸쓸해지고 황폐해지는 건 아닌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신뢰

서로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둘만 있어도

살아가는 일은 덜 막막하고 덜 불안할 것이다.

마음 평화롭게 살아가는 힘은

서른이 되면 혹은 마흔이 되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내 아픔과 기쁨을 자기 아픔과 기쁨처럼 생각해주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도 들어주며

있는 듯 없는 듯 늘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행복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온전한 사랑이라는 생각도

언제나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가도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그랬다면

지난날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줬을 것이다.

결국 이별할 수 밖에 없는 관계였다 해도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시의 한 구절처럼

우리가 자주 만난 날들은 맑은 무지개 같았다고

말할 수 있게 이별했을 것이다.

진작,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신경숙의 / '인연은 한번밖에 오지 않는다' 중에서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캄캄한 어둠 때문이었나.

길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희미한 새벽 안개 때문이었나.

내 절망의 이유는 언제나 너였고

절망에서 나를 구한 것은 너의 단단하고 따뜻한 손이었다.

천천히 어둠이 걷히고

모퉁이 저편에 서서 손을 흔드는 네가 보인다.

어서 가라는 뜻인가, 어서 오라는 뜻인가.

그때 나를 찾아온 눈부신 빛이

온전히 투명한 사랑이라 생각했지.

내 사랑은 욕망도 집착도 없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통과시키리라 믿었지.

빛으로 인해 세상은 그림자지고

마음은 어지러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그것으로 내가 슬퍼졌지.

눈부신 빛이 캄캄한 어둠을 만들었지.

이제 마음의 그림자 위에 묘비를 세우고 기도한다.

사랑, 그 무모한 이름만으로

갈 수 없는 수많은 길들을 위하여.

잎은 지고 새는 떠나고

차가운 서리 내려 얼어붙은 숲 속에서 너는 말했지,

겨울은 길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바람으로 털실을 짜서

너의 빈 가지 덮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했지,

내가 너의 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마음 윙윙 소리내며

빈 가지 사이를 맴돌기만 하지..


황경신 / 사랑, 그 무모함에 관하여















 

My Way - Yen Town Band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