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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사 김정희 / 불이선란도

orchid mom 2010. 4. 22. 17:53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예서는 서법의 근본이니
만약 서도(書道)에 마음을 두고자 한다면 예서를 알지 않을 수 없다.

예서를 쓰는 법은 반드시 모지고 굳세며 예스럽고
졸박한 것으로 으뜸을 삼아야 하는 것이나,
그 졸박한 곳은 또한 쉽게 얻을 수 없으니
예서는 대체로 번드레한 모습이나 시정(市井)의 기풍을 걸러내야 한다.

 

난초 치는 법은 역시 예서(禮書) 쓰는 법과 가까우니,
반드시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가 있은 연후에야 잘할 수 있다.
또 난초 치는 법은 그리는 방식[畵法]을 가장 꺼리니,
만약 한 붓질이라도 그리는 방식이 있다면 그리지 않는 것이 좋다.

많은 이들이 나의 난초 그림을 배워서 그리지만,
끝내 그리는 방식의 한 길을 벗어나지 못하니,
이는 그들의 가슴속에 문자기(文字氣)가 없기 때문이다.

 

난을 그리고자 한다면 만 권의 책을 독파하여
문자의 기운이 창자에 뻗치고 뱃속을 떠받치어
열 손가락 사이에 넘쳐나온 뒤라야 가능하다.

 

그림의 품격은 형태를 묘사(形似) 하는데 있는 것도 아니고,
법칙에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화법(畵法)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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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作蘭花二十年 偶然寫出性中天 閉門覓覓尋尋處 此是維摩不二禪
난초 그림 안 그린지 20년 만에 우연히 본성의 참모습을 그렸네.

문 닫고 찾으며 또 찾은 곳

이것이 유마(維摩)의 불이선(不二禪)일세.

 

若有人强要爲口實 又當以毘耶 無言謝之 曼香
만약 어떤 사람이 억지로 요구하며 설명하라 한다면

또한 마땅히 유마거사(維摩居士)의 무언(無言)으로 사양하리라.


以草隸奇字之法爲之 世人那得之 那得好之也 구竟又題
초서와 예서,기자의 법으로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겠으며, 어찌 좋아하겠는가?  


始爲達俊放筆 只可有一不可有二 仙客老人
애초에 달준에게 주려고 아무렇게나 그렸으니,

단지 한 번만 있을 수 있고,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다.

선객노인(仙客老人)이 쓰다.


吳小山見而豪奪可笑
오소산<吳小山>이 이를 보고 억지로 빼앗으려는 것을 보니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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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묵란도>

 

난초를 그리는 때에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데서 시작하여야한다.
잎 하나 꽃술 하나라도

마음 속에 부끄러움이 없게 된 뒤에 남에게 보여야 한다.
모든 사람의 눈이 주시하고
모든 사람의 손이 다 지적하고 있으니 이 또한 두렵지 아니한가?
이것이 작은 재주이지만 반드시 생각을 진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손을 댈 수 있는 기본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림의 이치는 선(禪)과 통하고
난을 그리는 것은 유마경(維摩經)을 읽는 것과 같다.

 

 

 

출처 : 온새미
글쓴이 : 들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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