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어느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 유하

orchid mom 2011. 10. 27. 10:08

 

 

 

 

 

어느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 유하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리라
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
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라
그러면 그 밀알로,
나 그대를 위해 빵을 구우리

그대 손길 닿는 곳엔
등불처럼 꽃이 피어나고
메마른 날개의 새는
선인장의 푸른 피를 몰고 와
그대 앞에 달콤한 비그늘을 드리우리

가난한 우리는
지평선과 하늘이 한몸인 땅에서
다만 별빛에 배부르리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빗방울처럼 그대가 오리라
그러면 전갈들은 꿀을 모으고 낙타의 등은
풀잎 가득한 언덕이 되고
햇빛 아래 모래알들은 빵으로 부풀고
독수리의 부리는 썩은 고기 대신
꽃가루를 탐하리

가난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란 오직 이것뿐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지평선과 하늘이 입맞춤하는 곳에서
나 그대를 맞으리라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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