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그대 이름은 그림자 - 김동규

orchid mom 2012. 4. 12. 09:46

 

 

 

 

그대 이름은 그림자

 

                                                                            - 김 동 규 -

 

 

당신은

마치 맑은 거울속에 들어있는 그림자와 같아서

아름다운 모습을 내게 보여주기만 할 뿐,

손에는 하나 잡히지도 않으면서

거울 표면에 매달리려고 안간힘을 쓰다가도

못내 미끄러져 버리고 마는 물방울처럼,

나를 그렇게 만들어 놓습니다.

 

 

당신은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반사되는 그림자와도 같아서

내 가까이 다가온다는

형상만을 보이게 하여만 줄 뿐,

좀처럼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여 주시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저 호수위의 수면에 젖어있는 달빛의 그림자와 같아서

때 되면 살며시 내게로 찾아와

가슴 속 가득히 당신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만 더 채워놓고선

흔적 없이 또 달아나고 맙니다.

 

 

당신은

내 눈망울 속에 남아있는 잔상과도 같아서

눈감고 살며시 당신을 안아보는 나의 두 팔 안에서

하나 남아있는 한숨 속에서

덩그라니 몸부림으로 떨다 지친 당신의 여운

당신은 그 여운 하나만을 남겨 둔채로

 

 

오늘도 내 곁에서

또 그렇게 쉽게 떠나가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