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아직은 꽃이다 -
치마 입은 남자,
군화 신은 여자,
함께 물 위에 피어도 수련이 못 된
부레옥잠 같은 생이기에
꿩 대신 닭, 아니다! 개밥의 도토리였다
긴긴 장마통에 반짝 볕 고운 날
살기 위해 뿌리뿌리 내 건 진흙밭 속 화려한 만개를
색안경 눈만으로는 감탄치 말라
나는 지금도 삶과 피 터지는 전쟁 중이거늘
눈 시린 유혹은 저쯤으로 비켜서 가라
여자가 여자이길 거부하는 것은
신성한 조물주에 대한 항명임을 안다
그러나 그 큰 죄를 단죄할 법령이 이 세상엔 없기에
그대는 나를 공소치 못해 무죄 처분해야 하리니
여자 나이 꺾어진 육십이지만 질긴 고기가 더 씹을 맛 나고
외려, 주름진 커튼이 외풍을 많이 막는 법
섣불리 그러지 마라, 나도 외롬 타는 여자니라
- 최삼용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을 위하여 - 이유식 (0) | 2012.07.24 |
---|---|
작은 기도 - 이정하 (0) | 2012.07.23 |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용운 (0) | 2012.07.21 |
연탄 한 장 - 안도현 (0) | 2012.07.20 |
사랑 - 정호승 (0) | 2012.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