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 바다로 갔던 이유 - 최삼용

orchid mom 2012. 9. 24. 10:21

 

 

 

 

 

 

 

- 가을 바다로 갔던 이유 -

 

 



한조각의 결무늬고운 송판이
꼭 필요한 쓰임새를 찾은 절묘함처럼
이별에 더디기에 만남에는 더더욱 서툴디 서툰 네 보호본능  
당연이라 치부하며 지켰던 지난 일상들속에서
계절성 돌림병이 어느 해 부터인가 체열로 돋고
훌쩍 지나쳐버린 여름을 입석 손잡이처럼 부여잡는 순간
뒤로 밀리는 길가의 나무들에서
아직도 흔들리는 가지 끝 푸른비늘, 비늘들을 본다



종점을 앞둔 막정류장에서 황급히 내려 바다로 향하는 차편을 갈아탔다
거기에 가면 나를 반길 얼굴 하나 기다리고 있을까?
해국 한포기 비린 바람에 오후 볕 포게며 보랏빛 웃음을 날리고 있으려나?
나는 아니지만 너는 내가 가는 이 길을 거슬러
아무런 준비없이 바다로 온다면
꼭, 꼭, 약속치 않아도 반가운 얼굴로 나, 너를 기다려 줄게
네가 보고 싶다라고 쓰는 날
구월의 오후 햇살에 여름 부서지는 소리만이 요란하다
이별에는 더디기에 만남은 더더욱 서툴디 서툰 너, 그리고 나...

 

 

 

 

- 최삼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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