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바 사랑 -
내가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을 때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을 때
오직 내 안의 그 누군가를 향한
어떤 막막한 그리움의 몸부림 끝에
바위가 갈라지듯
내 몸은 둘로 나뉘었다
수수 억 년
내가 나를 사랑한 나머지
이별부터 배워버린 절반의 사랑,
절반의 몸을 나누어 가진
네가 그리워서 자꾸 자라는 몸을
나는 또 수없이 나누었고
내 몸에서 떠난 너는
또 그만큼씩만 누군가 그리워서
몸을 나누었다
마침내 모든 헤어짐 뒤에 찾아온
다단계 그리움이 온 누리에 사무쳐
모두들 신열에 들뜬 정수리를
바위에 찧으며 울 때,
목숨을 나누기에
좋은 시절이라고 아프게 마음을 나눈
몇몇 알몸의 그리움들이
비릿한 물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 때, 이미 나는 남자였고
너는 여자였고……, 우리는 다시
끝없이 사랑을 나누고 또 나누었다
- 이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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