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orchid mom 2013. 5. 16. 09:58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박이화- 
     

     

    꽃 지고 나면 그 후는
    그늘이 꽃이다


    마이크도 없이
    핏대 세워 열창했던 봄날도 가고
    그 앵콜 없는 봄날 따라
    꽃 지고 나면
    저 나무의 18번은 이제 그늘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한 시절
    목청 터져라 불러재꼈던 흘러간 노래처럼
    꽃 지고 난 그 후
    술 취한 듯 바람 등진 채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며 부르는 저 뜨거운 나무의 열창


    그래서 저 그늘
    한평생 나무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늘만큼 꼭 그 젖은 얼룩만큼 나무는 푸르른 거다


    설령 사랑도 꽃도
    한 점 그늘 없이 피었다 그늘 없이 진다 해도
    누군가 들었다 떠난 퀭한 자리마다
    핑그르 눈물처럼 차오르는 그늘


    꽃 지고 난  그 후 는
    모든 그늘이 꽃이다
    마스카라 시커멓게 번진 검은 눈물꽃이다


     -격월간『유심』(2012년 5-6월호)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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