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내가 사랑하는 여자 - 이근대

orchid mom 2013. 6. 27. 15:01

 

 

 

 

 

 

내가 사랑하는 여자 / 이근대

 

 

 

 

한 장 크리넥스 티슈같은 여자,
입은 옷이 얇아
마음이 훤히 다 들다보이는 여자,

마음 속에 숨긴 뼈가 강해 보이지만
몸 속에 흐르는 피가 순한 여자,

그 여자가 사랑이라는 다리를 건너올 때
소나기는 쏟아지고
다리 위에 서서 나를 찾는 여자,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갈 것처럼 불안한 여자,
그러나 소란을 피울줄 모르는
한떨기 꽃잎처럼 고운 여자,

그 여자 눈 속에 들어가 보면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빗물처럼 부드럽게 나를 적시는 여자,

따뜻한 집같은 여자,
그 여자 정원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그 여자 품 속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나는 잠들고 싶다

토란잎 위의 빗방울처럼
가끔 나를 비켜가지만
빗물처럼 꼬리치며 나를 스며드는 여자,

내가 반할 수 밖에 없는
빗방울 속, 꽃잎 같이 이쁜 여자
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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