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속/ 조용숙
오래 살아야 두 달 산다는 아버지를
노인병원에 모시던 날
보호자는 있을 곳 없으니
이제 그만 다들 돌아가라는 수간호사 말에
한순간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일 없던
아버지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린다
하는 수 없이 엄마까지
입원 수속을 밟고 돌아서는데
어머니 내 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글쎄 동네 홀아비 김씨가
한밤에 건넛마을 팔순 과부를 겁탈했다는 소문이
동사무소에 파다하단다
니 아버지 먼저 가면 나 무서워서 어떻게 산다냐
대문 없는 집에서도 평생 맘 편히 잘 살았는디
니 아버지 가면 얼마 안 있다 바로 따라가든지
아니면 제일 먼저 대문부터 해 달아야쓰겄다
제삿날 받아 놓은 아버지 곁에
새색시처럼 바싹 달라붙어 있는 칠순 엄마가
처음으로 여자로 보였다
- 시집『모서리를 접다』(시로여는세상, 2013)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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