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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편지.......문정희

orchid mom 2013. 11. 5. 09:48

 

     

     

    가을편지.......문장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 다한 노래

    까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지 않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에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이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구절초........유안진

     

    들꽃처럼 나는 욕심없이 살지만

    그리움은 많아서 한이 깊은 여자

    서리 걷힌 아침 나절 풀밭에 서면

    가사 장삼 입은 비구니의 행렬

    그 틈에 끼어든 나는 구절초

    따사로운 오늘 별은 망자의 미소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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