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 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꺽일 수 있는 것들은 꺽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 지고 가벼워 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지
바람아 풀잎하나에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 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을 데려 가거라,
내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달의 노래......이 상 <李 相>
텅 빈 유리 창문에 걸려
부풀어 오른 달을 보면
가버린 못 다한 사연들이
쿵덕쿵덕 곡식알로 빻아진다
반짝, 반짝 별은 우울한 사랑을 밝히지만
칼바람 스치는 나의 봄은
아직 춥다
한 잔의 소주를 부어 베란다에 앉으면
처방전 없이도 삼킬 알약
시는 앙금의 녹말이 되어
저릿한 슬픔의 절편이 되고 있다
알몸의 노래......문정희
추운 겨울에도
식지 않고 잘 도는 내 피만큼만
내가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그러면 이제 아름다운 어른으로
저 살아가는 대지에다 겸허히 돌려 드릴텐데
돌려드리기전 한번만 꿈에도 그리운
내 피와 살과 뼈가 만나서
지지지 온 땅이 으스러지는 필생의 사랑을 하고 말 텐데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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