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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파우스트의 나비

orchid mom 2014. 1. 14. 11:01

 

 

 

 

    나이 50 이 된 그는 악마와 계약을 한다.

    '영원히 죽지 않게만 해다오. 영혼을 바치겠다.'

     

    그는 나이 70 살을 넘기면서 계약에 착오가 있었음을 알았다.

    고추가 안서는데 70 살이 무슨 소용이고 영생이 무슨 소용이람.

    산다는 건 마음의 욕망을 몸으로 표현하는 행위 예술이거늘.

     

    그는 계약을 다시 했다.

    다시 50 세로 돌아가 계약하겠다.

    '영원히 50 세로 살게 해다오 영혼을 바치겠다.'

     

    영원을 원했으나 겨우 20 년만에 계약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가족들이 늙어 죽어가는데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이람.

    산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늙어가는 것이거늘.

     

    그는 또다시 나이 50으로 돌아가 계약을 한다.

    '영원을 바라지 않겠다. 행복하게 살다 죽게 해달라. 영혼을 팔겠다.'

     

    돈과 명예와 모든 것을 악마로부터 받았으나 이 계약 또한 문제가 있었다.

    행복은 곧 잊혀지고 불행은 끊임없이 집요하니 행복이란 게 무슨 소용이람.

    산다는 것은 조금 덜 불행하다 여기는 것으로 위안하며 사는 것이거늘.

     

    그는 다시 악마를 불렀다.

     

    '마지막 흥정을 하겠다. 날 태어나지 않게 해 줘. '

     

    '그건 불가능해요. 태어나지 않은 당신은 나와 거래할 영혼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영혼이 곁에 있는 동안은 당신은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영원히도 살아보고 늙지 않고 살아보기도 했지요. 

    궁극적으로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영혼을 거래했기 때문입니다.

    돈과 명예와 여자는 영혼 없이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위안하며 행복이라 착각케하는 것은 영혼의 역할입니다.

    이제 영원에 대한 욕심과 젊음에 대한 욕망의 한계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영원과 젊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작은 행복에 겨워하는 자신을 즐기며 사시길 바랍니다. 

     

    사실 난 당신과의 거래를 하면서 한 번도 당신의 영혼을 받아든 적이 없습니다.

    그저 당신이 주었다고 생각할 뿐이었지요.

    이런 속임수 때문에 당신들은 우리를 악마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아무 것도 빼앗은 적이 없지요.

    한 분은 당신의 죽음을 챙기시겠지만 우리는 남은 날의 진실을 깨우치게 한답니다. 

    남들과 같이 어울려 늙어가면서 그나마 작은 행복이라도 잘 즐기시길. 

    당신에 대한 나의 임무는 여기서 끝입니다.'  

     

    '살아서는 악마에, 죽어서는 한 분에.'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글쓴이 : 꽃 과 성

     

     

     

출처 : 두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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