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걸림돌/ 공광규

orchid mom 2014. 3. 31. 09:45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 되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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