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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픈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orchid mom 2014. 5. 29. 12:54

 




 

 

 

 

 

아픈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눈 사람 여관, 이병률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겹의 인연이란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 물안개,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 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뒤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안개속에 숨다, 류시화

 

 

 

 

 

 

 

 

 

 

 

 

 

 

 


왠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저마다의 애잔하고 누추한 기억의 서랍 하나쯤은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법이다
 
막상 열어보면 으레 하찮고 대수롭잖은
잡동사니들만 잔뜩 들어있는 것이지만
그 서랍의 주인에겐 하나같이
소중하고 애틋한 세월의 흔적들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서랍속 먼지 낀 시간의 흔적들과
꿈, 사랑, 추억의 잡동사니들까지를 함께 소중해하고
또 이해해주는 일이 아닐까.
 
추억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그러므로 그걸 지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모든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아름다운 기억의 서랍, 임철우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환상이고
슬퍼도 울수없는 고통이며
만남이 없는 그리움은 외로움 일뿐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아쉬운 아픔이 되고
행동이 없는 생각은 허무한 망상이 된다
숨쉬지 않는 사람을 어찌 살았다하며
불지 않는 바람을 어찌 바람이라 하겠는가
 
사람이 숨을쉬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살아있는 날엔 사랑을 하자
마음껏 울고 또 웃자

 

 

-살아있는 날엔. 정유찬

 

 

 

 

 

 

 

 

 

 

 

 

 

 


 

 


문을 열자 더운 기운이 훅 끼쳤다
나는 밖에서 "참 따뜻하네요" 했고 동시에
여자는 안에서 "상쾌한 공기가 들어오네요" 했다.
 
사랑은 늘 그랬다
완전히 다른말이면서도 같은동행

만나야 할 이유도
헤어져야 할 이유도
늘 함께하는
동시였다
내가 너를 향하고 있는 내내

 

 

-사랑은, 오철수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것에도 의지 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 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 할 때
그 곳으로 돌아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라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을 의지 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저편 언덕, 류시화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이외수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있어야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것이다

 


-신경숙, 아름다운 그늘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는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툭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 줄기 눈물이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픈 영혼의 입자들이.

 


-너를 보내고,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주고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와라

 

 

-낮은 곳으로, 이정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가장 최근의 일기를 펼쳐보니 이거야 말로 생생한
그를 향한 끝없이 애잔한 마음이 구구절절이 적혀있었다.
 
만일 이것도 그가 읽었다면 그야말로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대한 내 마음의 변천을 아무리 설명해도 다른 사람이 알 리 만무하고

결국 이런 것을 봐버린 봐서는 안 될 것을 봐버린 사람이 나쁘다.

나는 싱크대의 스테인리스 위에서 갈기갈기 찢긴 일기장을 태웠다

창문도 열어놓고 환기장치도 돌렸지만 연기는 실내까지 가득 찼다.
 
그래도 종이는 허무할 정도로 너무 쉽게타버렸다.
과거란 과거란 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인간이 자칫 잘못된 병에 걸리면 금방 죽는 것처럼 아름다운 시집도 곤란한 일기장도

허무하게 금방 연기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다만 그 안에 담긴 정념의 기억은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고
태워지지도 않고 소실도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량감으로 묵직하게 인생의 짐처럼 매달려 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는 일 서러울 것도 없지
폭풍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처럼 그대도 그러한 것 뿐
꿈을 꾸고 깨어나는 일 그리울 것도 없지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내가 있었던 건
그대의 탓도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갈 수도 있었던 먼 나라
우리가 붙잡을 수도 있었던 기적
달콤하고 쓰디 쓴 허상 불빛처럼 흐르다 지친 눈물
우리를 삼켰다 급히 뱉어버린 열정 위에
나는 수천 번 그대의 이름을 쓰고
지운다 지우고 또 쓴다.

 

 

- 황경신

 

 

 

 

 

 

 

 

 

 

 

 

 

 

 

 

 

 


사소한게 바로 생활이고 그걸 모은게 인생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여 인생의 물줄기를 이루게 된다고
사소하게 생각한 잘못들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마침내 그것이 자신에게 돌아오는거야

 

 

- 배려, 한상복

 

 

 

 

 

 

 

 

 

 

 

 

 

 

 

 

 


관계는 외로움 앞에서 만큼은 항상 냉정했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면 관계는 시작되지 않았으며
 둘이어도 외롭다면 관계는 끝이 났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우리의 외로움을 나누어 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찰칵찰칵 잊지마힘든오늘은멋진추억이될거야 , 송창민

 

 

 

 

 

 

 

 

 

 

 

 

 

 


소유는 만족을 위함이 아니다
소유는 의무의 시작이다
내가 뭔가를 가졌다는 것은 내게 어떤 의무가 주어졌다는 신호다
많은 것을 가질수록 나는 많은 의무로부터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 청춘독설, 쇼펜하우어

 

 

 

 

 

 

 

 

 

 

 

 

 

 

 

 

 

사람은 삶의 준말이다
사람의 분자와 분모를 약분하면 삶이 된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아픈 상처도 사람이 남기고 가며
가장 큰 기쁨도 사람으로 부터 온다

 

 

 

 

 

 

 

 

 

 

 

 

 

 

 


그날 채플시간에 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학생은 나의 이십대 시절에 비추어

지금 이십대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학생들 사이에 앉아 있는 유선의 눈을 스쳐 지나 질문한 학생을 바라보았다

수줍음을 타는지 질문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모르게,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학생들은 와아, 하고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 내 말이 끝난 줄 알았다가 다시 이어지자 학생들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신경숙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 호텔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깊이
앓으십시오
앓음답도록
아름답도록

 

 

-너 외롭구나, 김형태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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