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마음에 무엇인가가 들어차있다는 것인데내 마음에 들어차있는것은 정말 마음일까.마음이란것이 있기는 있는것일까.만약 그것이 있다면 나는 왜언제나 이렇게 나의 마음을 읽어내기가 힘든것일까.그건 진짜 나의 마음일까.황경신 / 모두에게 해피엔딩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는 오해를 하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끝까지 자기 자신을 모르는 채 끝나는 게 인생일 것이다. 우주를 유영할 수는 있어도 지구의 한 가운데는 만져볼수 없는 것처럼. 정미경 / 내 아들의 연인당신은 겨우 스물세 살이지만, 당신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삶에 이미 발목이 잡혀버렸다. 오래전부터 당신은 주위사람들에게 이질감을 느껴왔다. 그렇다고 당신이 가족과 친구들을 경멸하는 건 아니다. 가난하다는 사실이 주는 굴욕감에서 영원히 헤어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당신은 붐비는 인파 속 익명의 존재로서 걸음을 계속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앞서가는 지미와 마리사가 뒤를 돌아보며 당신에게 고갯짓을 하지만, 당신은 일부러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 기욤 뮈소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몰랐던 스무 살 여자애였다. 세상은 텅 비어 있었고 무엇을 해도 심심했고 아무것도 긍정할 수 없었다. 다만 아주 막연히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우린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먼 곳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오해야. 소문에 불과하다고. 이 세상에 새로운 삶이란 없어. 어디서나, 한걸음 한 걸음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사는 거야. 성실, 인내, 정직, 소박...헛바람이 드는 건 성질 더러운 것보다 더 나빠.나는 그 일을 더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그즈음엔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나중에 알게 될 일투성이. 모든것은 유보되어 있었다. 삶은 기다림이다. 당장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아직 남겨진 시간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없이 무심한 편이었다. 스무 살이란 아직 시간 이전에 붙박여 있는 나이였다. 손오공이 얼굴만 내놓고 바위벽에 갇혀 있듯이. 삶이란 좀처럼 시작되지 않는다.누군가 나에 대해서 자기 식대로 규정하면 나는 포획된 이미지처럼 꼼짝없이 그런 사람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내면을 설명할 도리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나...나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나란 존재의 경계는 열려버리고 자신이라고 믿는 것이 점점 더 허구가 되어버린다.단지 '너'가 아니기 때문에 '나' 인 것만 같은, 세계와 타인 사이의 경계막, 살려고 하는 또하나의 맹목적 의지, 질서를 부여해야 하는, 두서없이 뒤섞인 욕망의 덩어리, 혼자 있을 곳을 찾아 헤매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비극적인 이중도주.스무 살이란 원래 막막하라고 있는 나이 같았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있는 나이...어른들은 습관과 의무 속에서 살고 아이들은 충동과 잔소리 속에서 살며 나는 몽상과 도주의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았다.전경린 /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中
♬ Falling Slowly - Glen Hansard and Marketa Irgl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