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그린 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이었는데 ...
지금은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만큼 주름살로 꽉 찼네. 후훗~ 참 많이 그렸다.
어떻게 보면 서러운 것도 같고,
그러다가도 대견스럽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
"주름살은 왜 생겨 어르신들 맘 상하게 하나 모르겠어요."
"아 ... 아냐. 맘 상할 것 없어.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성치 않잖아.
그래서 살아온 길, 걸어온 길, 잊지 않으려고 얼굴에 하나하나 약도를 그려놓은 건데, 뭐 ...
즐겁게 웃으며 간 길은 눈 옆에 그려 넣고, 힘들어 이를 악물고 간 길은 입 옆에 그려 넣고,
먼 길은 긴 주름을, 가까운 길은 짧은 주름을 ...
"야화리만 뱅뱅도는 저는 어떤 주름이 생길까요?"
"미리 알면 그게 무슨 재민가? 자네가 한줄 한줄 그려 나가봐."
빨간 자전거 / 김동화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메모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렇게 해 (0) | 2009.04.20 |
---|---|
[스크랩] 2129th Story (0) | 2009.04.20 |
[스크랩] 존재란 스스로는 (0) | 2009.04.20 |
[스크랩] 사랑은 (0) | 2009.04.20 |
[스크랩] 찰나의 외면 (0) | 2009.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