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2021th Story

orchid mom 2009. 4. 22. 13:03



처음, 15층으로 집을 결정했을땐

그 높은곳에서 어떻게 사나.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혹은 추락해버리면 어쩌나.

촌닭답게 두다리를 땅에 대야만 살수있을 것 같아서

다시 1층을 알아보자고 졸랐던 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 사각의 승강기가 예뻐보인다.

그 앞에서 나누는 짧은시간의 느낌 때문이다.


오늘따라 더 피곤해보이는 남편이 안스러워서

힘좀내라며 두손으로 등을 탁탁- 파이팅! 하며 배웅해줬다.

남편이 씨익-웃으며 하는말, "내가 권투선수같네~".

아~ 그말을 듣고보니 승강기가 갑자기 사각의 링처럼 느껴졌다.

잘싸우고 돌아오라고 링 안으로 밀어 넣어야만 하는 나?

통쾌하게 승리해서 번쩍이는 트로피를 안고오길 바라지만,

몇회전으로 끝날지도 모르고,

어쩌면 다운될수도 있고 KO패 당할수도 있는

냉정한 사각의 링으로 느껴졌다.

아~ 어쩐담.

그렇다고 집안에만 고이고이 모셔두고 사랑만 해달랄수도 없는 것을.


그러나 내 방식의 생각으로 마음을 돌려본다.

그가 출근하고, 퇴근할 때... 승강기앞에서 반짝 웃으며 서있는 나.

그렇게라도 힘을 줄수있다면,

내가 휴식으로 느껴질수 있다면 그것도 얼마나 다행인가~

갑자기 팔등신의 멋진 라운드 걸이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오늘도 난 냉정하게 남편을 권투선수로 출전시켜놓고

나 또한 한사람의 권투선수가 되어 나의 자리로 나와있다.

그래도 돌아가면, 멋진 라운드걸로 변신해줘야지.

비록 몸매는 팔등신으로 따라주지 않더라도...^^




착하지 않은 내가 착해지는 순간들이 불현듯 온다는 것

그것도 생의 신비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포옹도 좋아하지요

누군가를 포옹한 채, '힘내라...'라고 말하는 것이 좋아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나를 포옹한 채, '힘내요...'라고 말할 때,

당신의 가슴으로 직접 울리는 목소리를 듣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가슴으로 울리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청춘의 시기 외로움과 사귀면서 얻은 습관들인 악수와 포옹

그것이 외로움과 잘 사귀기 위한 일종의 면역반응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누군가에게 '힘내라...' 말할 때

그것이 곧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도..


김선우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열이 무척 심하던 날 뜨거운 이마에 찬수건 슬며시 얹어 놓고

걱정하는 커다란 두 눈을 가진 나의 아들을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직장생활 속상해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 귀가했던 날

24시간 오픈한 약국을 찾아 찬 냉수 한잔과 함께 약을 건네주던

나의 남편을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2년 만료인 전세계약이 끝나 오른 집값 감당 못해 한숨만 내리쉬던 날

색 바랜 통장과 함께 도장을 슬며시 건네주던 우리 엄마를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가끔은 형제의 일들이 너무 복잡해 며칠 얼굴도 보이고 싶지 않던 날

예쁜 밤색셔츠를 사서 건네주며 늘 고맙다며

어깨를 감싸주던 우리 언니들을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이유 없이 우울하고 외로워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다 전화 걸면

밤이 새도록 곁을 지켜주는 나의 친구를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 주순화




































♬ 고맙다 - 김현중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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