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ways

[스크랩] 2224th Story

orchid mom 2009. 12. 16. 10:49


내 삶의 6개월을 함께 보내다가

나를 떠나기로 결심한 그 사람의 편지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됐다.

자기인식에서 벗어났어야 할,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너무 자기강박적이기만 한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르시스트는 자기 이외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

모든 것에 비관적이고 항상 자기만 옳다는 태도를 보였지.

내 요구에는 귀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는 이기주의자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그래. 그랬겠지.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무슨 음악을 자주 듣는지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하나도 알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지.

난 너에게 내가 원하는 걸 한번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나에게는

네가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중요했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들은 네 앞에서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니까.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는 너를 사랑하므로,

내가 원하는 걸 네가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아.


황경신 / 모두에게 해피엔딩



우리가 헤어진건 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우리가 덜 사랑했던거

덜 절실했던거 그거지

너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생각해봐

우리가 사는게 사막이고 내가 물한 컵이었다면

네가 나를 버렸을것같아?


은희경 / 내가 살았던 집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와 그녀는 서로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럴수 있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녀와 헤어지기 위해

그는 전 생애를 소모해야만 했던 것이다.


안톤 쿠



그녀는 단 한 권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을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또 읽어야 하는 생을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한데 한 권밖에 없는 책을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어 왔다고 생각해 보라.

고약한 것은 그것만으로도 생이 어떻든 가능하고

마침내 그게 생의 전부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사랑을 염주처럼 목에 걸고 살고 싶었다.

그토록 투명한 갈뫼빛 사랑을.

그런데 어느 날 단 한 번 헛디딘 발이

이렇듯 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줄이야.

그리고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나는

내게 남겨진 것이 막상 젖은 소금 한 되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생은 아마 백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을 몇 겹의 깊은 상처.

그 앞에 놓은 한 그릇의 짜디짠 소금.

나날의 쓰라린 문댐.

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너와 나의 고달픈

그러나 매순간이 숨찼던 사랑.

생은 또한 하루 24시간 동안 무작위적으로 방영되고 있는 위성방송 앞에

잠시 무릎을 접고 앉아 있다 사라지는 것.

이윽고 동공에 모래알처럼 남는 영상의 자잘한 파편.

한 칸 한 칸 죽음을 건너뛰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는 채널 부호.

처마 밑에 춥게 웅크리고 앉아 있던 12월의 제비.

그가 남긴 현관 앞의 배설물.

그래, 고작 그러한 것.


그래, 하지만...

나는 너를 오래 만나기보다 오래 기억하길 원한다.


윤대녕 /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 너를 사랑하고도 - 박강성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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