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편지 -
내 너를 보내고
무던히도 울었더니
울다가 울다가 지쳐
미움인 줄 알았더니
그대여,
세월도 사랑도 떠난 너처럼 무심하여
봄 가고 여름 가고 또 가을 가고
이제는 그만 잊힐만도 한 일인데
오늘처럼 머리 성성 바람 불어
마음 성긴 가을날엔
네 이름 불러본다 이젠 속으로 울며
처음부터 그려 놓은 짧은 사랑
에필로우그의 기인 여운
사랑이 이루워지는 오백생 인연법만
기억하고 기억하고 기억하며
편지를 쓴다 주소도 없이
아직도 아름답게 살아있는
내 맘속의 그대야..
- 박수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