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꼭 나였으면 좋겠소 - 제경스님

orchid mom 2012. 10. 12. 10:27

 

 

 

 

 

 

 

-  꼭 나였으면 좋겠소 -

 

 

 

생각만 해도
명치끝이 아파 와서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그리운 사람이
꼭 나였으면 좋겠소

길을 걷다가
닮은 목소리에 문득 뒤돌아섰을 때
그곳에 있는 이가 너였으면 하는 사람이
꼭 나였으면 좋겠소

외로울 때 가끔 생각나는 사람보다는
펄펄 끓어 오른 고열로
혼수상태 속에서 부르는 이름이
꼭 나였으면 좋겠소

세월이 흘러 백발이 된 어느 날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그 사람이
꼭 나였으면 좋겠소

삶의 종착역에서 이별의 눈인사를
나누고 싶은 사람 보다는
한잔 넘치게 술 따라주며
"당신 때문에 참 행복했어!"
라고 말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꼭 나였으면 좋겠소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가슴 먹먹하게 그리운 사람보다는
만날 수 없어 서러운 사랑보다는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정다운 어깨동무 이었으면 좋겠소

 

 



- 제경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