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대숲 아래서 - 나태주

orchid mom 2012. 10. 24. 16:20

 

 

 

 

 

 

 

-  대숲 아래서  -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제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 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녘밥 일찌기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 나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