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바람의 말 - 마종기

orchid mom 2012. 12. 21. 11:09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