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orchid mom 2012. 12. 24. 13:28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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