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사랑은 너다

orchid mom 2013. 3. 13. 13:27

 

     

     

     

      사랑은 너다

       

      빛바랜 삶인 줄 알았다

      가을이 되면 건조한 바닥에 누워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는 것을 허락했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도 그윽하기는커녕

      마음속 주름을 선명하게 해, 피해 다녔다


      반듯한 시간도

      반듯한 사랑도 없었다

      순수함에 대한 모자란 이해력으로

      사랑을 들고 나타난 사람에 대한 집착도 없었기에

      숱한 만남이 가볍게 흩어졌다


      가슴에 묻고 사는 것이 익숙하여

      모든 고통은 인내해야 하는 것이었으며

      한 번의 삶이고

      한 번의 사랑이라며 다가온 너에게

      짧은 열병과

      그 열병을 치유하기 위한 체념을 기대하며

      널 받아드리고

      받아냈다


      사랑은 너다

      다가온 너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부터

      사랑은 그저 너였다

      반쯤 체념하며 잡은 너의 손을 이제 놓지 못한다

      무언가에 전염되어 내안에 너다

      가득하여 틈이 없고

      틈이 보이면 두려움에 먼저 용서를 빈다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아무렇지 않게 뒹굴던 내 운명을

      이렇게 반듯하게 잡아줘서 고맙다

      아마 지키고자 하는 집착은 그 고마움에 대한 서툰 표현일 것이다

      그리움과 추억으로 남는 사랑은 싫다

      내 집착에 답답하다면

      잠시 쉬었다 가자

      한 호흡 가다듬고 가도

      여전히 내 사랑은 너다


      *시집[일기 속에 일기] 2013년 tstore, e-book, <시 쓰는 사람 단>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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