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그냥 그렇게

orchid mom 2013. 3. 15. 09:54

 

     

     

     

     

    그냥 그렇게/이은봉

     

     

    그냥 그렇게 놀래하며 놀으리 온갖 설움, 그것이 만드는 꿈이며

    이상 따위 다 놓고 푸르른 창이 되리
    창이 되어 텅 빈 하늘이나 바라보리
    더러는 새하얀 뭉개구름도 바라보리
    밤이 오더라도 더는 들뜨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리 어둠 속에서


    어둠을 딛고 반짝이는 별이나 바라보리
    그냥 그렇게 텅빈 하늘이나 사랑하며 살으리


    그냥 그렇게 놀며 노래하리 옺갖 열정,

    그것이 만드는 고통이며 고뇌 따위 다 잊고 느리게 부는 바람이 되리
    바람이 되어 아픈 허공이나 흘러다니리
    폭우가 쏟다지더라도 더는 흔들리지 않고
    넘치지 않으리 황톳물 속에서
    황톳물과 함께 오직 바람의 마음으로 떠 흐르리
    그냥 그렇게 탁한 세상이나 웃으며 살으리


    살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푸르른 목소리로
    세상 다시 사랑할 수 있으리 노래할 수 있으리.

     

    계간<다시올문학>(2012, 여름호)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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