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 이문주
누군가를 기다렸지요
메마른 대지에 쏟아지는
소낙비 같은 기다림을
가슴에 품고 살아 왔습니다
푸른 하늘도
늘 서글픔으로 바라 보면서
흐리더라도 차라리
포근한 구름을 가지려 했습니다
무심한 계절을 수 없이 돌고 돌아
사랑하기엔 조금 두렵지만
내 안에 담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그대가 기다린 사람이 아닐지라도
내 앞에 서성이는 행복은
분명 그대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그대의 열린 마음속으로
나를 던져 넣고 싶습니다
빈손입니다
내가 가진 건
슬픔이 묻어나는 가슴 뿐이고
떠나가지 않는 가난 뿐입니다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무겁고 힘든 나의 삶을
그대 안에 내려 놓기에 미안하지만
그대의 아름다운 마음이라야
남아 있는 나의 삶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두렵지만
그대에게 머물고 싶습니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수(繡)의 비밀 / 한용운 (0) | 2013.04.10 |
---|---|
그냥 - 오탁번 (0) | 2013.04.05 |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 / 안도현 (0) | 2013.04.01 |
[스크랩] 다가서기 (0) | 2013.03.28 |
후회 - 손상근 (0) | 2013.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