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들꽃에게 지다 - 복효근

orchid mom 2014. 4. 7. 13:27




                                                                                       하삼두 그림

 

        들꽃에게 지다 - 복효근 가슴에 유서를 품고 살던 날들이 있었다 지지리도 못나서 나는 네 창가의 시클라멘도 네 가슴의 장미도 되지 못해서 석달도 넘게 우체부가 오지 않는 가문 날 연애도 혁명도 먼먼 날 잡풀 우거진 언덕에서 나를 재운 것은 스물 세알의 아달린이었으나 풀잎 이슬로 깨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되돌아온 애인의 미소가 아니었다. 새 세상의 낭보는 더더욱 아니었다. 쇠잔등에 돋은 힘줄 같은 쇠비름, 그 노란 꽃이었다 원기소 알보다도 작은 지가 무슨 꽃이라고 저도 무슨 꽃이라고 저마다 하늘 하나씩 받쳐 든 쇠비름 가막사리 앉은뱅이 제비꽃 어깨 걷고 어우러진 야생초꽃들의 비웃음이었다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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